뉴욕에서 한식 먹기
미국에서 생활하게 된다는 소식을 전하면 가족이나 주변 친지 어르신들은 꼭 한 번쯤 음식에 대한 걱정을 해 주신다. "음식이 입에 맞아야 할텐데 걱정이네", "김치는 구할 수 있다니?" 라거나, "그래도 요즘은 코리아타운이 잘 되어있다더라" 같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적인 조언을 해주시기도 한다. 부모님의 품을 벗어나는 순간 "밥은 잘 챙겨먹니" 같은 "밥"에 관한 잔소리는 피할 길이 없나보다. 바로 옆 동네에 살아도 그럴진데, 미국이라니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럴 때면 내 또래의 누구나 생각할 법한 답변을 하곤 했다. "요즘은 다 구할 수 있대요" 또는 "한국에서도 서양 음식을 더 많이 먹는데 뭐. 나는 익숙해서 괜찮아." 같은 말들이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다. 피자, 햄버거, 파스타, 스테이크 등의 서양 음식은 이미 너무 익숙했고, 유럽에서 수 개월간 생활하던 때에도 한식이 그립다거나 음식 때문에 힘든 적은 없었다.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하고, 이런 우리의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며칠이 채 걸리지 않았다. 분명 익숙한 피자와 햄버거임에도 너무 짜고 맛이 강했다. 심지어 샐러드조차 맛이 강했다. 한식이 필요하다기 보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적당하게 간이 된 음식이 필요했다. 그리고 매우 다행스럽게도 뉴욕에서 아시아 음식을 구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1. Weee - 아시아 식품
미국 내 최대의 아시아 식품 온라인 쇼핑몰이다. 한국산 식품 뿐만 아니라 다양한 아시아 식품을 판매하며, 직접 배송을 해준다. 풀무원이나 비비고 제품들도 많고, 아이스크림도 냉동 포장해서 배송해줘서 주로 간식을 시켜 먹는다. 생각보다 매우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아시안 뿐만 아니라 미국인들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아시아 식품 쇼핑몰이기 때문에, 일본 간식들을 주문해서 먹기도 좋다. Weee 덕분에 일본 간식류는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구하기 편하다.
2. Cconma - 한국산 농산품
이 곳에서 우리는 주로 한국산 쌀과 건나물을 구매한다. 처음 이 사이트를 찾게 된 계기는 한국산 쌀이었다. 미국산 쌀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미국산 쌀에는 비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일주일에 2~3끼 이상 섭취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 한국인에게 밥을 일주일에 3끼 이상 먹지 말라는건 굶어 죽으라는 것이나 다름 없지 않나.. 전혀 예상치 못한 비소의 등장에 부랴부랴 한국산 쌀을 찾다가 알게 된 곳이 이곳이다.
비소가 많은 미국쌀, 제대로 알고 건강하게 먹기!
저는 최근에 아기 이유식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미국 쌀에 비소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비소는 옛날에 사약의 재료로 쓰였다고 알려져 있을 만큼 중금속 중 인체에 가장 치명적인 독소
ivy-table.tistory.com
쌀 이외에 미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한국산 농산품이나 양념, 장, 과자 등도 생각나면 구입한다. 곤드레나 고춧잎 같은 건나물은 미국에서 구할 방법이 없어서 가끔씩 먹고 싶을 때 여기에서 구매하곤 한다. 약과나 감말랭이, 부각 같은 한국 전통(?) 간식류도 팔아서 가끔 주문해 먹는다.
3. 울타리몰 - 온라인 한인마트
울타리몰은 Weee의 한국버전 같은 느낌이다. 김치, 정육, 간편식 등등 한국에서의 마켓컬리와 비슷하다. 미국에서 어려운 점 중 하나가 한국과 고기의 부위가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항정살이나 삼겹살을 구하기 쉽지 않다. 곱창이나 내장은 어디서 구해야할지도 막막하다. 그럴 때 사용하기에 좋을 것 같다... 고 생각하고 보니, 한인마트나 아시아 식품점의 원래 용도가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자주 사용하는 곳은 아니다.
4. Manna basket - 밀키트, 반찬, 이유식
사실상 나와 아내가 주식으로 먹고있는 곳이다. 매주 일요일에 새로운 메뉴가 올라오고, 월요일 밤까지 메뉴를 선택해서 주문하면, 정해진 날짜에 배송해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은 토요일 아침에 배송해주기 때문에, 토요일마다 지난 주에 주문한 음식을 받고, 월요일에 새로운 주문을 넣는다. 주문부터 실제 배송까지 시간이 꽤 걸리긴 하지만, 다양한 메뉴의 가정식과 간단한 밑반찬을 먹기 위해서 매주 이용하고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아기가 있는 집을 위한 이유식도 메뉴에 있고, 유아를 위한 세트도 있다. 대부분의 메뉴가 양이 꽤 많아서, 보통 2.5인분 정도의 양이라고 보면 된다. 뉴욕과 근처 지방에서 서비스를 하고, 지역마다 최소 주문 가격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은 한 번 주문할 때, $50 이상 주문해야 한다.)
5. 12 바구니 - 반찬배달
위에 소개한 Manna basket과 거의 비슷한 서비스지만, 조금 더 반찬류에 치중된 서비스이다. 사실 12바구니는 실제로 사용해본 적은 없지만, 조금 더 다양한 반찬을 찾아다니면서 알게 되었다. 조만간 시도해볼 계획.
6. 기타
위에 소개된 것들만 잘 활용해도 한국의 식품을 공수하는 데에 크게 지장은 없다. 추가로, H-mart 나 코리아타운을 방문한다면 부족한 것들을 많이 채울 수 있다. 뉴욕에 와서 놀랐던 것은 한국 식품들을 도처에서 많이 팔고 있다는 점이다. 특별히 한인 마트나 아시아 마트가 아닌데도 일반적인 식료품점에서 한국 라면이나 과자류는 물론이고, 조미료나 면류(소면, 메밀면, 우동면 등) 와 김치 등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비비고와 풀무원은 정말 자주 볼 수 있다.
아내 연구실의 다른 동료들도 한국 음식이나 과자, 간식 등에 상당히 친숙하다고 했다. 대부분 드라마 같은 매체를 통해서 보고 알게됐다고 하니, 컨텐츠의 힘이 대단하긴 한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