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에는 무단횡단이 없다.
24년 말, 뉴욕시는 도시 내에서의 무단횡단을 합법화했다. 그렇기에 맨해튼에는 더이상 무단횡단이 없다. 그저 찻길을 건너가는 "횡단"만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코미디언 마이클 채는 "버스 앞을 닦는 사람들에게는 불행한 소식" 이라는 농담을 남겼다.
합법화가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이클 채의 농담은 사실이 아니다. 어차피 뉴욕 사람들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신호를 기다리지 않기 때문이다. 합법화 법안 관련된 인터뷰에서는 이런 내용이 등장한다.
“어차피 다들 무단횡단을 한다. 그리고 작년 발행된 무단횡단 티켓의 90%는 흑인이나 라틴계 사람이다.”
모두가 무단횡단을 하는 현실에 인종차별이 더해져 이런 법안이 통과된 셈이다.
사실 맨해튼의 횡단보도에서 누군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면, 높은 확률로 여행객이거나 아이와 함께 걷고 있는 부모들이다. 건너가기에 너무 넓은 길을 제외한다면, 2-3차선 정도 되는 횡단보도에서 양 옆을 살피고 차가 오지 않으면 바로 건너가는 것이 가장 뉴욕커다운 행동인 셈이며, 여기서 보행 신호등은 고려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맨해튼에 도착한 직후, 여행객이나 다름없던 시절에는 나도 보행신호를 기다렸다. (아직 뉴욕시내의 무단횡단이 합법화되기 전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맨해튼에서 생활한지 6개월이 지나가니 조금씩 이해가 되기도 한다. 뉴욕은 격자 형태로 계획된 도시여서, 이동해야하는 방향에 따라 도로를 건널 일이 꽤 많다. 또한, 각 도로가 넓지 않고, 1-2 차선의 일방통행인 도로인 경우가 많다. 그런 작은 도로들에는 차도 많이 다니지 않아서, 너무도 쉽게 도로를 건너갈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니, 걸어서 이동해야하는 거리가 길수록, 신호 대기에 의한 피로감이 쉽게 쌓이고, 지나쳐가는 사람들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다들 아무런 거리낌없이 건너가기에, "무단횡단은 안된다"는 생각과 "지금 튀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늘 충돌한다.
미국에서 무단횡단을 합법화한 곳이 뉴욕이 처음은 아니다. 미주리, 캘리포니아, 네바다 등 이전부터 이미 무단횡단이 합법이 된 지역이 있다. "아무도 안지키니 합법화하자"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현실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일견 납득이 되기도 한다. 미국이 선진국이라는 사실에 또 한 번 의문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