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미국에서 전자 제품 구입하기 ( Amazon / BestBuy / MicroCenter)

Linarg 2024. 7. 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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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의 생활이 조금씩 익숙해지는 와중에, 내가 2년 전쯤 즐겨했던 게임인 엘든링의 DLC 발매 소식이 들려왔다. 예전부터 어렴풋이 소식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최근 정신이 없었던터라 까맣게 잊었다. TV와 컴퓨터가 필요하다.

나와 아내 모두 게임을 매우 즐기는 편이다. 예전에는 PC방에 가서 같이 게임도 하고,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다. 아내는 그 중에서도 짜계치(계란과 치즈를 올린 짜파게티)를 좋아했는데, 가끔은 PC방의 목적이 게임이 맞는지 의심이 드는 정도였다. 코로나 이후로는 PC방에 거의 못가게 되어서, 미국에 오기 전까지 나는 주로 데스크탑으로, 아내는 닌텐도 스위치로 집에서 게임을 즐기는 편이었다. (옆에서 젤다-야생의 숨결을 하면서 대성통곡하며 슬퍼하던 아내의 모습이 잊혀지질 않는다.) 아내는 닌텐도 스위치를 미국에 가지고 왔지만, 컴퓨터는 들고 올 수 없기 때문에, PS5나 데스크탑 중 하나를 미국에서 새로 살 생각이었는데, 범용성을 고려해 데스크탑을 구입하기로 했다.

TV는 전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moving sale로 주변에서 싸게 내놓는 매물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도록 매물이 잘 나오지 않았고, 한 두개 나왔던 것들도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아서 구매하지 않았다. 결국 적당한 가격의 새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엘든링 때문에 구입했는데, 마침 HBO에서 왕좌의 게임-House of Dragon 을 방영하기 시작했다. 더 늦게 샀으면 큰일날 뻔 했다.


구매하려는 PC의 사양은 "앞으로 발매되는 게임이 적당히 돌아가는 정도"면 충분했다. 사무용 컴퓨터보다는 꽤 높은 사양이지만, 최신 부품을 사용한 고오급 컴퓨터일 필요는 없다. 한국에서는 주로 부품을 개별 구입해서 직접 조립해서 사용했는데, 미국에서 다시 부품을 알아보고 이것저것 조립할 엄두는 도저히 나질 않아서, 조립된 완제품을 처음으로 사보기로 했다.

TV는 대략 45~50인치 정도 사이즈를 원했다. TV 역시 최신 기종보다는 저렴하고 적당한 두께의 TV면 충분했다. 4K 화질이 지원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정도의 느낌. 스마트TV 기능도 마찬가지로 있으면 좋지만, 없으면 크롬캐스트를 사면 그만이다.


아내가 주변 사람들에게서 총 세 곳의 추천을 받았다.

1. Amazon

미국에서는 일단 살 것이 생기면 아마존부터 들어가는 느낌이다. 미국에서 가장 큰 이커머스 서비스이니 당연한 일이지만, 왠지 가전 제품을 사기엔 조금 꺼려지는 면이 있다. 한국에서 쿠팡을 많이 쓴다고 해도, 가전 제품을 쿠팡에서 주문하는 일은 많지 않은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막상 검색해보니 생각보다는 많은 제품들이 나왔다. 리뷰도 많아서 참고할만한 정보가 많아서, 쿠팡보다는 확실히 나은 선택지로 보였다.  하지만 모든 가전제품 업체들이 아마존에서 판매를 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았고, 왠지 견적이나 사양을 비교하기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립PC는 사용된 부품에 대한 정보가 한정적이었다. CPU와 GPU 칩셋, RAM 용량 정도의 정보만 나와있고, 부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TV는 Hisense, VIGIO, INSIGNIA, Amazon Fire TV 같은 저가형 제품이 많이 들어와 있어서 괜찮아 보였는데, LG, 삼성 제품이 많지는 않았다. 비슷한 가격의 삼성이나 LG의 제품이 있다면 국내 브랜드를 구매하고 싶었는데, 이런 비교를 하기엔 조금 어려웠다.

 

2. BestBuy

 

Best Buy International: Select your Country - Best Buy

 

www.bestbuy.com

BestBuy는 가전 제품을 전반적으로 두루 판매하는 곳이다. 주방 가전이나 장난감 등을 모두 판매하는 전자상가 같은 느낌이다. 조립된 PC에 대한 설명이 아마존보다는 더 자세했고, 거의 모든 제품이 Windows가 설치된 상태로 판매된다. 미국에는 별도로 적혀있지 않더라도 이런 경우가 꽤 많은 것 같다. TV도 삼성과 LG의 제품이 꽤 있었고, 비교하기 편하게 나열되어 있다.

 

최종적으로 우리는 BestBuy에서 데스크탑과 TV를 모두 주문했다. 아마도 하이엔드 사양으로 가면 BestBuy보다는 Micro Center가 더 저렴할 것 같다. 하지만 최고급 사양의 컴퓨터를 원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인지, 가격이 Micro Center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완전히 동일한 스펙의 비교는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수준에서는 가격 차이가 없다고 느껴졌다.

TV는 국내 브랜드들도 꽤 있었는데,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예전부터 아내가 삼성보다는 LG의 디스플레이를 선호했기 때문에, 우리는 LG 4K 스마트TV를 주문했다. 1년 전에 우리가 혼수로 장만했던 TV와 비교하면 말도 안되게 저렴한 가격이었는데, 디스플레이의 두께가 확실히 차이가 나긴 했다. 하지만 TV는 한 번 배치하면 디스플레이의 두께는 보이지 않을 테니 상관 없는 일이다.

 

3. Micro Center

 

Micro Center - Computer & Electronics Retailer - Shop Now

Shop Micro Center for electronics, PCs, laptops, Apple products, and much more. Enjoy in-store pickup, top deals, and expert same-day tech support.

www.microcenter.com

Micro Center는 확실히 PC에 집중된 곳이다. 한국의 샵다나와랑 비슷하지만 조금 더 전문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PC 외에 다른 제품들도 일부 팔긴 하지만, 대부분 PC의 주변기기 정도일 뿐이다. TV 역시 PC의 주변기기로써 판매되는 정도였다. 확실히 특화된 곳이기 때문에, 목록도 세분화되어있고, 제품 사양도 더 자세하게 쓰여있다. 명확하게 원하는 제품이 있고, 컴퓨터 부품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Micro Center가 가장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나중에 컴퓨터가 고장나거나 성능이 좀 부족해서 업그레이드가 필요해지면, 단일 부품을 구입하기에 좋을 것 같다.

다만, 아무래도 최신 제품을 사용한 PC에 집중하는 탓인지 내가 원하는 사양의 제품은 오히려 좀 부족했다. 그래서 BestBuy와 비교해서 가격적인 메리트가 사라진게 아닌가 싶었다.


BestBuy에서 주문하자 TV는 LG에서 직접 배송됐고, 컴퓨터는 집 근처의 매장에서 조립한 뒤 발송됐는데, TV와 PC를 모두 수령하는 데까지 1주일이 채 안걸렸다. 컴퓨터는 Windows 11이 설치된 상태로 전원만 켜면 되도록 세팅되어 있었고, TV도 상태가 아주 만족스러웠다. 다만, 컴퓨터 내부의 LED와 키보드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화려했다. 심지어 마우스에서도 빛이 났다. 당연히 소프트웨어로 조절할 수 있지만, 아내가 반짝거리는걸 좋아해서 한 동안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엘든링 DLC와 왕좌의 게임이라니, 갑자기 바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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