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분증 발급받기 - non-driver ID
아내와 함께 뉴욕 거주자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을 발급받기로 했다. 신분증이 필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 주류를 구매할 때, photo id를 요구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매번 여권을 들고다니기엔 아무래도 불편하다.
- 뉴욕 거주자는 뉴욕의 박물관이나 vessel 등의 시설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의 차량 관리국 (DMV, Department of Motor Vehicles) 에서 발급하는 non-driver ID 를 신청하기로 했다. 차량 관리국에서 non-driver에게 신분증을 대체 왜 발급하는 것인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이 신분증을 발급 받기 위해 준비한 서류는 이렇다.
- US social security card
- 여권
- Bank statement - 은행의 월간 입출금 내역서 정도로 볼 수 있다.
- Utility bill - 인터넷, 전기, 가스 등의 청구서들이다.
이것들이 가장 간단하게 준비할 수 있는 서류들이고, 없다면 다양한 서류들로 대체할 수 있다. Social security card와 여권이 나의 신분을 증명한다면, bank statement와 utility bill은 나의 거주지를 증명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러므로 현재 내가 살고있는 주소와 나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사실 이것들은 사기업에서 발송한 우편물인데, 정부기관에서 발행하는 ID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 매번 생소하게 느껴진다. 이런 식으로 거주지 증명에 utility bill이 유용하게 활용되기 때문에 모든 utility들을 J1의 이름으로 가입하지는 않는 것이 좋다. 그런 경우 자칫 J2의 거주지를 증명하지 못해서 이런 ID나 도서관 카드 발급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한다.
DMV 홈페이지를 통해 아내와 같은 시간으로 방문 예약을 잡고, 미드타운에 위치한 DMV office에 방문했다. 첫 인상은 아주 좋았다. 예약 정보를 보여주고,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면 방송과 함께 창구 위의 모니터에서 번호를 안내해 주었다. 창구도 상당히 많아서 빠르게 진행됐다. 안내를 따라 창구로 가면 ID에 사용할 사진을 촬영했고, 다시 대기하면 발급을 도와준다고 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일처리가 마음에 드는 순간이었다. 적어도 그럴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긴 순간이었다.
하지만 사진을 촬영한 뒤 대기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 기대를 무색하게 만드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에리카라는 여성분이 종이 몇 장을 들고 걸어나오더니, 카운터 앞에 서서 모두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제가 번호를 호명하면, 여기에 줄을 서세요. 제가 모든 번호를 부를겁니다. 모니터는 사진 촬영만 해당됩니다.
소리치는 모습만큼이나 그 내용과 그에 따른 일처리도 놀라웠다. 모니터의 안내를 따라 사진을 촬영했다면, 일단 앉아서 대기해야한다. 번호표의 번호를 에리카가 부르면 그녀 앞에 줄을 서고, 에리카는 순서대로 카운터에 우리를 할당해 주었다. DMV에 방금 도착했거나, 안내를 미처 듣지 못한 사람들이 질문을 하기 위해 계속해서 에리카에게 다가왔고, 그녀는 위의 안내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 와중에 카운터의 직원도 본인의 카운터가 비어있으니 한 명을 보내라는 말을 하기 위해 에리카에게 다가왔다. 한 사람이 전체를 관장했고, 모든 것은 아날로그였다. “결국은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라는 말이 이럴 때도 쓸 수 있는 말이었던가 싶다. 21세기에 수행되는 일처리라고 믿기 힘든 광경이었지만 그 무엇보다 기괴했던 점은 에리카 뒷편에 늠름하게 위치한, 사진 촬영까지만해도 완벽했던 디지털 인프라였다.
우리는 꽤 오래 기다려야 했다. 1시간은 넉넉히 대기한 것 같다. 그리고 카운터에서 알게된 사실은 J 비자 보유자들은 온라인에서 안내된 서류와 더불어 DS-2019를 지참했어야 했다. 나의 경우 혹시 몰라 챙겨간 EAD로 대체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EAD를 발급받기 위해 DS-2019가 필요하다고 어필한 뒤에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아내는 DS-2019가 없으면 안된다며 반려당했다. 다행히도 우리가 방문한 미드타운의 DMV와 같은 건물 1층에 FedEx office가 있어서 출력이 가능했다. 아내는 그렇게 급하게 DS-2019를 출력하고, 다시 1시간정도를 추가로 대기한 끝에 우리 둘 다 non-driver ID 신청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약 1주일 후, ID 카드가 우편으로 도착했다. 눈동자 색, 키, 서명 등이 ID카드에 들어가 있는 점이 생소했다. 그리고 카드를 만지자마자 느껴진 생각은 "이거 엄청나게 위조하나보다" 였다. 한국에서는 지폐에서나 보던 위조 방지 패턴과 홀로그램이 카드의 앞뒷면이 가득 채웠다.
미국에서 발급한 신분증을 발급받았다는 점이 왠지 감회가 새롭다. 미국에서 생활한지 10개월이 넘어가는 이 시점에 미국 생활에 한층 더 적응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