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미국 의료 보험 선택하기

Linarg 2025. 5. 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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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처음으로 포닥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급하게 공부해야했던 여러가지 중 하나가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였다. 건강보험료만 내면 모든게 해결되는 한국에서 (그것도 월급에서 공제되었으니 사실상 신경쓸 건 아무것도 없었던), 전세계적으로 악명높은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를 보고있자니 당최 뭔소린가 싶었다.


당연히 중요한 디테일들이 훨씬 많이 있지만, 미국의 의료보험을 대략이나마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하는 숫자와 개념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미국에서 몸이 안좋으면, 일단 본인의 주치의 (PCP, Primary Care Provider) 를 방문해야한다. 주치의가 상태를 보고 해결할 수 있다면, 처방을 해준다. 만약 주치의가 보고, 전문의 (Specialist)를 방문해야한다고 판단하면, 어떤 전문의에게 갈지 지정해서 Referral (진료 의뢰서)를 써준다. 진료 의뢰서가 없다면 전문의를 만날 수 없다.

 

주치의와 전문의를 고를 때에도, 내가 마음에 드는 아무 의사에게나 갈 수 있는건 아니고, 내가 가입된 보험과 계약이 된 의사 (in-network)에게만 방문할 수 있다. 그래서 주치의를 지정하거나 referral을 받을 때, 항상 내가 가진 보험을 고려해야한다. 계약이 되지 않은 의사(out-network)에게 가면 보험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것은 기본적인 틀일 뿐이고, 자본주의의 나라 답게 더 비싼 보험료에 가입되어 있다면 referral이 없어도 전문의를 바로 방문할 수 있고, out-of-network도 약간의 추가금과 함께 방문할 수도 있다.


모든 방문에는 돈이 든다. 그리고 이 돈을 줄이기 위해 보험을 드는 것이니 상품을 잘 선택해야하는데, 대략 주요하게 비교해야하는 숫자들을 보자면 아래와 같다. (이 이상으로는 나도 잘 모르겠다. 고지서가 오면 욕 한 번 하고 결제하면 된다.)

  1. Deductible : 내가 내는 의료비가 이 값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보험이 돈을 내주지 않는다. 보험의 혜택을 받기 위해 내가 병원에서 우선적으로 써야하는 최소 금액이라고 보면 된다. 낮을 수록 좋다.
  2. Copay : 의료 보험 혜택을 받을 때, 내가 내야하는 분량의 금액이다. 예를 들어, 의료비 지출이 이미 Deductible을 넘어선 상태에서 전문의를 방문했다면, 나는 Copay 만큼의 돈만 내면 되고, 나머지는 보험이 내준다. 낮을 수록 좋다.
  3. Out-of-pocket maximum : 내가 지출하는 최대 금액이다. Deductible을 넘어서 Copay 등의 기타 금액이 쌓여서 이 금액에 도달하면, 나는 더이상 돈을 내지 않는다. 모든 비용을 보험사가 지불한다. 낮을 수록 좋다.

보험 상품의 비교를 위해 Aetna의 두 상품을 보자. (이것들 위아래로 항목들이 엄청나게 빽빽하다.)

Deductible/Copay/Maximum Out-of-Pocket
Doctor visit


좌측 상품의 Deductible을 보면, in-network가 $1,000 이므로, 내가 병원에서 $1,000를 쓸 때 까지는 보험이 없다고 보면 된다. out-of-network는 아예 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대부분의 치료비를 내가 부담해야하며, out-of-network 병원에서 얼마를 쓰건 Deductible인 $1,000에 반영되지 않는다.

반면에 우측상품은 Deductible이 in-network, out-of-network 모두 $0이다. 즉, 내가 우선적으로 내야하는 의료비가 없다는 것이므로 좌측보다 상황이 훨씬 좋다. Out-of-pocket maximum도 더 낮다. 아무리 많이 아파도 1년에 $8,900 이상은 내지 않는다. (1200만원..ㅎ)

두 번째 내용은 Doctor visit에 대한 copay인데, 둘 모두 out-of-network인 의사에게 방문할 경우 in-network인 의사보다 더 많은 금액을 내야한다. 주의해야하는 점은 Doctor visit은 말 그대로 진료를 위해 의사를 방문하는 행동이다. 검사와 치료는 별도로 청구된다. 사실상 매우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out-of-network 의사를 방문할 이유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어디 용하다는 의사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에는…

 

이정도로 비교해보면 오른쪽 보험이 더 좋다. 다만, 개인적의 사정에 따라서 유불리가 변할 수 있으니, 특이사항이 있는 경우 더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 이제 문제는 월 납입금인데, 이 부분 역시 회사마다 천차만별이다. 각 회사들이 제공하는 보험사와 보험 상품이 다르고, 각 상품마다 내야하는 금액이 다르므로 잘 살펴보아야한다. 얼마나 좋은 보험상품을 얼마나 싸게 제공하느냐가 그 회사의 의료 복지 수준을 나타내게 되는데, 요즘은 위고비 같은 상품도 보험처리를 해주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모르겠다면 ChatGPT에게 적극적으로 물어보자.

 

아내가 포닥으로 있는 연구소가 제공하는 의료 보험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그래서 꽤 좋은 상품에 가입할 수 있었고, 아직까지는 큰 문제 없이 생활하는 중이다. 지금은 월 납입금도 면제가 되는데, 이 혜택이 사라지면 좀 더 고민을 할 것 같다.


아, 위의 모든 내용은 medical, vision, dental 에 대해서 따로 적용되며, 1년 단위로 갱신된다ㅎㅎㅎㅎ. 미국 의료 산업 망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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