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미국 IT 기업에 취직하기

Linarg 2025. 6. 1.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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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중순 경에 아내를 따라서 미국으로 무작정 넘어온 뒤 노동 허가서를 받았다. 이제 노동허가서가 있으니, J2 비자를 들고 있는 나도 어딘가에 취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나서도 ‘ㅈ..조금만 더 놀자..’ 하면서 집안일에 매진하다가, 여유로웠던 시간을 뒤로하고 작년 말, 구직을 시작했다. 조금만 더 놀자던 마음이 무색하게 구직을 시작한 뒤로도 몇 개월간 직장을 구하지 못하다가, 약 5개월간의 구직 끝에 올 초에 미국의 IT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다.

2024.09.18 - [미국 생활] - EAD (노동허가서) 카드 도착

 

EAD (노동허가서) 카드 도착

집에서 아무렇게나 늘어져있던 일요일 오후에, USCIS에서 "We have taken an action on your case" 라는 제목의 메일이 왔다. 뉴욕에 도착한 직후에 work permit을 신청했기 때문에, 그 결과가 도착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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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을 막 시작하던 무렵 지인을 통해 미국에서 나와 비슷하게 AI 관련 일을 하시는 한국분을 소개받아 이것저것 질문했던 적이 있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아주 기초적인 것들을 질문했는데, 그 날 들었던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앞으로 얼마나 지원해야 하는지”였다. 그 분의 말에 따르면, 미국의 대학 졸업생이 software engineer로 지원하는 경우, 지원한 곳의 5% 만 인터뷰 기회를 얻어도 성공한 축에 든다고 했다. 100 곳의 회사에 지원하면 5번의 “인터뷰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reddit이나 링크드인에서도 유사한 내용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대부분 2.5~5% 사이의 숫자를 이야기한다.

 

 

아내를 통해 알게된 또 다른 분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본인이 취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본인은 약 450 곳에 지원했고, 14번의 인터뷰 기회가 있었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인데, 극단적인 경우 800곳 이상에 지원한 경우도 있었고, 가장 심한 경우는 1500곳에 달하는 회사에 지원한 사람도 안다고 했다. 힘내라는 응원도 해줬다.


일단 첫 번째로 든 생각은, “회사가 그렇게 많아?” 였다. 보아하니 나도 수백개는 지원해야 할텐데, 그 많은 회사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웬걸, 막상 시작하니 찾는건 어렵지 않았다. 링크드인을 대충 켜놓고, 보이는 회사에 모조리 지원하다보면, 1,000개도 충분히 지원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무작정 구직을 시작한 뒤 5개월간 총 371 개의 포지션에 지원했다. 익히 들어본 회사도 있고, 처음들어보는 스타트업도 많았다. 뉴욕이다보니 월가의 금융 기업이나 은행, 헤지펀드에도 관련 포지션이 열리면 지원했다. 의외로 뉴욕에 바이오 관련 포지션이 꽤 많이 열려서, 제약회사나 병원 등에도 지원했다.

 

그 중 서류 검토를 통과해서 사람 머리카락이라도 구경한건 17 곳이다. 그 중에서 어떤 곳은 한 번의 짧은 미팅으로 끝나기도 했으니, 실제로 인터뷰다운 인터뷰가 진행된 곳만 따지면 10곳 남짓이다. 그 마저도 처음 몇 차례의 인터뷰는 사실상 화상으로 진행하는 영어 인터뷰에 적응하는 기간이었고, 뒤로 갈 수록 조금씩 익숙해졌다.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루틴이 필요하겠다 싶어, 링크드인은 아침/저녁으로만 확인하고 지원서를 넣었다. 나머지 시간에는 링크드인을 끄고, 코딩 테스트를 대비해 leetcode 문제들을 풀거나, AI와 관련된 interview question 들을 공부했다. 2-3주에 한 번은 기존에 했던 업무 내용을 다시 정리하고, CV를 다듬었다.

 

구직을 하다보면 거절과 무응답에 익숙해진다. 인터뷰 단계로 진행하지 않겠다는 서류 탈락 메일을 받고서, 여기를 언제 지원했었더라.. 가물가물한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것들이 일상이 되고, 구직 초반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곳에 다시 지원서를 넣어볼까하는 생각이 조금씩 들 무렵 지원했던 곳 중 한 곳에서 오퍼를 받아 구직을 멈추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371 번 지원”은 매우 많아 보이지만, “10번 남짓의 인터뷰”는 느낌이 좀 다르다. 이렇게 많이 지원하고서야 취직이 되는구나 싶다가도, 온전치 못한 영어로 운 좋게 빨리 직장을 잡았다는 느낌도 든다. 다 지나고서야 드는 생각이다.


구직 활동이 딱히 유쾌한 경험은 아니기 때문에,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에 기쁘면서도, 첫 출근도 전에 출근하기 싫은 마음에 몸이 꼬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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