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서 속이 불편하고, 알러지도 심해져서 병원에 방문하게 됐다. 병원에 방문했더니 음식물 알러지 검사를 진행하고, 소화기 전문의(GI)에게 referral을 연결해주었다. 여기까지만 진행하고 나서 몇 주 기다렸더니 보험사로부터 EOB(explanation of benefit)를 받았다.
- total billed by providers: 2,175
- total plan discount: 1,527
- total plan paid: 364
- what you paid: 284
이걸 내가 이해한 바에 의하면 이렇다. 병원에서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비용으로 $2,175 를 청구했다. 병원 방문, 음식물 알러지 검사, 혈액검사 등등 항목별로 나눠서 청구하긴 했고, 각각의 청구 금액만 봐도 상당한 금액인데, 모두 합치니 경악스러운 금액이다. 이 청구서를 보험사가 받았고, 병원과 싸워서 $1,527 를 깎았다. 싸운건지, 미리 계약이 되어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건 병원에 내야하는 총 금액은 $648 이 됐다. 이걸 보험사가 $364 만큼, 환자인 내가 $284 만큼 낸다. 얼마를 깎고, 어떤 비율로 나눠서 내는가는 보험에 따라서 크게 달라지는 것 같다.
Office visit 으로 $223, 혈액 검사 비용으로 $61 을 지불했다. 내가 가입한 보험 상품의 deductible은 $350 이므로, 이제 $66 남았다.
첫 방문 이후, 몇 주 뒤에 referral을 가지고소화기 전문의를 방문했다. 몇 가지 문진을 했고, 혈액 검사도 한 차례 더 진행했다. 이번에는 환경에 대한 알러지 검사도 진행하려고 했는데, 이미 알러지 약을 먹고 있어서 검사를 진행하지 못했고, 다음에 약을 먹지 않는 상황에서 다시 방문하기로 했다. 방문한지 몇 주가 지나니 어김없이 청구서가 날아왔다. 전체 청구 금액은 여전히 액수가 대단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번에는 총 $130 을 지불했다.
$130 중 office visit으로 $116 이 청구됐다. 이게 어떻게 나온 금액인가 보니, 남아있던 deductible을 지불하고, 전문의 방문에 대한 copay를 더한 금액이었다. 내가 가입한 보험상품의 전문의 방문 copay는 $50다. 즉, deductible을 이미 모두 지불했다면, 전문의를 방문하는 비용 (office visit)으로 매번 $50만 내면 된다. 그러니까 이번의 $116은 남아있던 deductible $66을 우선 지불하고, 전문의 방문 copay인 $50을 더한 금액이다. 여기서 deductible을 모두 냈으므로, 올 해에 추가로 발생하는 병원 방문의 경우 copay만 지불하면 된다.
그래서 이번에 진행한 혈액 검사는 copay만 내면 됐는데, 그게 $14였다.
예를 들어 deductible을 모두 지불한 상태에서 두 번째 방문과 똑같은 절차로 다시 방문하게 된다고 가정해보면, office visit $50 + 혈액검사 $14 = $64 를 지불하게 된다. 여전히 싸지는 않은 금액이지만, 첫 방문에서 $284를 지불한 것에 비하면 선녀같은 금액이다.
미국 병원 비싸다는 소리야 워낙 많이 들어서일까, 놀랍게도 이 과정에서 내가 느낀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병원에 들어가서 진료를 받고, 몇 주 후에 EOB를 받게되는 시점까지, 내가 받고 있는 의료 서비스가 얼마짜리인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알러지 검사를 해보자는데.. 그게 알고보니 $700가 넘는 검사였고, 그 중에서 내가 지불한 금액만도 $60 이 넘었다. 혈액 검사도 뭔가가 의심되서 한다기보다 일단 전부 해보자는 식이다. (첫 방문에서 진행한 테스트가 5가지가 넘는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도 얼마짜리 검사인지 매번 알려주지는 않지만, 상당히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다는게 잘 납득이 되지는 않는다. Deductible을 모두 채우고 나면 이전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방문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가 상대적일 뿐이다. $64면 거진 80,000원이니 부담없이 갈 수 있는 금액도 아니다. 최소한 대략적인 가격이라도 미리 알 수 있는 시스템은 필요해보인다.
미국 의료 보험 선택하기
아내가 처음으로 포닥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급하게 공부해야했던 여러가지 중 하나가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였다. 건강보험료만 내면 모든게 해결되는 한국에서 (그것도 월급에서 공제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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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온 직후에 아내가 이것 저것 열심히 알아보면서 의료 보험을 선택하긴 했지만, 당시엔 정확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시스템인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이 이것도 몇 차례 경험하고 나니 금방 알게된 것 같다. 경험을 통해 더 배운만큼, 아니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이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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