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이건 방이건 천장 한 가운데에 마땅히 있어야할 조명이 미국에는 없다. 미국에 오기 전부터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뉴욕에 입주해서 밤에 켤 수 있는 가장 밝은 불이 화장실 불이라는걸 알았을 때에는 다소 당황스러웠다. (현관과 부엌에 등이 있긴 했지만 어두침침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마존에서 전구와 스탠스를 주문했지만, 생각보다 어두운 조명에 또다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고 나니, 미국 집을 한국처럼 밝히기 위해서 고려해야하는 것들이 어떤 부분인지 좀 알게되었다.
1. 빛 온도는 5000K 이상
한국에서도 전구를 사려고하면 전구색 / 주광색 / 주백색 등 매번 헷갈렸는데, 미국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다양한 색의 전구가 존재하고, 이걸 색 온도로 표현한다. 촛불의 색이 약 2000K 정도이고, 5500~6500K 정도의 범위가 daylight 색이다. 우리는 대낮처럼 밝은 색을 원했기 때문에 5000K 전구를 선택했다. (아마존에는 주로 daylight 5000K 로 표현되어 있다.)
여담으로 나는 5000K의 "K"가 1,000 을 의미하는 kilo의 약자인 줄 알고, "5500K?? 5.5M 아닌가..?" 라고 생각했는데, kilo가 아니라 kelvin 온도의 약자였다.
2-1. 빛의 밝기는 5000 Lumen 이상
빛의 색을 degrees kelvin으로 나타낸다면, 빛의 밝기는 Lumen (LM) 으로 나타낸다. 숫자가 클수록 더 밝은 빛을 의미한다. 우리가 처음 샀던 전구는 1600 Lumen이다. 당연히 이보다 훨씬 밝은 전구가 필요하다. 그렇게 찾은 전구는 5200 Lumen 짜리였다. 살면서 손에 잡아본 전구 중에서 가장 컸고, 처음 산 전구와는 비교도 안되게 밝았다.
2-2. Incandescent Equivalent Wattage기준 300 watt 이상의 LED 전구
전구를 검색하다보면 Lumen을 표기하지 않은 상품들이 종종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LED Bulb A21, LED Light Bulbs 40/60/100W Equivalent, 5000K Daylight
그 대신 전구의 소비전력으로 표현한다. 소비전력은 사실 밝기에 대한 단위는 아니고, 제품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가에 대한 단위로, watt(W)를 사용한다. 전구가 전력을 많이 소비하면 더 밝겠지.. 같은 가정이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냥 watt가 아니라 watt equivalent 또는 Incandescent Equivalent Wattage 라는 값이 등장한다. 실제로 위 예시는 100W equivalent에 실제 소비전력은 16W 이다.
이 무슨 3인분 같은 2인분 달라는 소리냐.. 하면서 알아보니, Incandescent Equivalent Wattage 라는 값은 LED 전구에서 사용되는 것인데, 이 LED 전구가 "백열 전구(Incandescent bulb) 기준으로 얼마나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전구와 같은 밝기인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즉, 소비전력 16W에 100W equivalent 라면, 이 전구는 실제 소비전력은 16W이지만, 백열등 기준으로는 100W를 사용하는 만큼 밝은 전구다. 이걸 Lumen으로 환산하면 대략 1600 Lumen 정도 된다.
그러니까 밝은 전구를 원한다면 Incandescent Equivalent Wattage 기준으로 300 watt 이상의 LED 전구를 구매해야 한다.
3. 전구의 전력를 지원하는 스탠드
당연하지만, 전구를 꽂아놓을 스탠드(lamp stand)가 필요하다. 대충 구매해도 되지만, 밝은 전구를 원한다면 지원하는 소비전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구매하려는 LED 전구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전구들보다 많은 전력을 소비하다보니, 스탠드가 충분한 소비전력을 지원하지 않으면 제 성능을 못낼 수도 있다. (일부 스탠드들은 소비전력이 6W에 불과했다.)
4. 전구 여러개 사용
위의 내용을 통해, 하나의 전구로 밝힐 수 있는 최대치까지는 달성한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충분하지는 않았다. 특히, 천장등처럼 방의 가운데에서 밝히는 것이 아니라 스탠드를 거실의 한 쪽에 세우다보니, 스탠드의 반대쪽이 너무 어두웠다. 어쩔 수 없이 거실의 코너마다 스탠드를 하나씩 거실에만 총 4개의 전구를 배치했다. 4배 밝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국이랑 비슷한 정도의 밝기까지는 온 느낌이다.
여기까지 알아보면서 전구를 샀더니, 거실에 전구를 코너마다 배치하고도 중간 밝기의 전구가 5개나 남았다. 침실을 밝히려고 또 전구를 사기는 아까워서 중간 밝기 전구들을 활용하기로 했다. 침실은 거실보다는 좁다보니, 전구 여러개를 한 곳에 꽂아놓은 정도로 충분히 밝힐 수 있었다.
미국인들은 이렇게 밝은 전구를 잘 사용하지 않는 모양이다. 어두침침한 곳에서 어떻게 사는건지.. 그 때문에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인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지, 커뮤니티를 찾다보면 비슷한 상황이 상당히 많다. 간혹, 천장에 형광들을 타설하는 시공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지금 머무르는 집에 하기에는 일이 너무 커지는 것 같았다.
거실을 밝히고 나니, 이제는 빌트인으로 조명이 설치되어 있던 부엌과 현관이 어두워보인다. 아내의 만류로 여기서 멈췄지만, 언젠가 눈이 너무 침침하다 싶으면, 집 전체를 밝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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