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도착한 이후 거의 가장 먼저 한 일이 각자의 계좌를 개설하는 일이었다. 사실 짧게 여행을 하거나, 미국에서 돈을 벌면서 거주하지 않는다면, 토스뱅크나 신한은행 쏠 트래블 카드를 활용하면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 환전 수수료와 해외 결제 수수료가 모두 무료이기 때문에 수수료에 대한 부담 없이 한국에서 사용하듯이 카드를 쓸 수 있다. 그래서 두 카드를 모두 한국에서 만들어왔고,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결제할 것들은 이 카드들로 우선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내는 곧 포닥으로 근무를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월급을 받을 계좌가 필요했다. (사실 미국은 월급이 아닌 2주급으로 받는다.) 나는 계좌가 특별히 급하지는 않았지만, 한 동안 뉴욕에 머물 것이므로 미국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기로 했다.
뉴욕에도 여러 은행이 있겠지만, 여러 은행 중 ATM과 지점이 많아보이는 Chase bank 선택했다. Chase bank에서는 신규 계좌를 개설하고, $500 이상의 direct deposit을 예치하면 $300를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각자 신청해 프로모션 코드를 받았다.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는 미리 예약을 한 뒤 방문해야해서 했다. 우리는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우리가 예약한 직원이 상대 중인 고객이 없어서 예약 시간보다 일찍 시작했다. 일반 은행 창구에서 진행하지 않고, 약간 PB센터 같이 분리된 방에서 계좌 개설을 진행했다. 신분 확인을 위한 서류도 필요했다. 아내는 SSN을 발급받기 전이었기 때문에, 여권, VISA, DS-2019가 필요했고, 뉴욕에 거주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아내의 명의로 우리 집을 계약했다는 계약서를 가져갔다.
미국에는 checking account와 saving account가 있었다. 직원이 차이점을 설명해줬는데, 대충 이해한 바에 따르면, checking account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입출금 통장이고, saving account는 입출금을 조금 불편하게 만들어둔 계좌로, 카카오뱅크의 세이프박스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어차피 아직은 save할 돈도 없으므로, 우리는 checking account만 개설하고, 이벤트 프로모션 코드를 적용했다. 직원에게 요청하니 chase bank 앱과 애플페이 설정까지 모두 도와주어서, 헤매지 않고 세팅할 수 있었다.
이 날은 아내의 계좌만 개설하고 가려고 했는데, 일찍 시작하기도 했고, 그 직원이 다음 예약도 없어서, 내 계좌도 만들어달라고 했더니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예약 시간 전후 시간을 늘려서 사용할 수 있었으니 운이 좋았다. 내 계좌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똑같은 작업의 반복이었다. 나도 여권과 VISA, DS-2019를 제출했다. 다만, 나는 뉴욕에 거주한다는 것을 증명할 자료가 없었다. Verizon에서 인터넷을 내 이름으로 신청할 예정이었지만 아직이었다. 그래서 모바일 요금제에 나온 billing address라도 인정해달라고 부탁할 요량으로 출력해갔다. 하지만 직원은 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J2 비자로 은행 계좌를 만들 때, 거주지 증명 때문에 거절되기도 한다는 글을 어디선가 보고 쫄아있었는데, 아내와 같이 방문해서인지 특별한 요구 없이 계좌를 개설해 주었다.
이제 프로모션을 적용해야 했다. 아내와 둘이 합쳐 $600이니 상당한 금액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자 $500 이상의 direct deposit이 필요하다. direct deposit이 뭔지 알아보니, 직장에서 급여를 받을 때 사용되는 것이라고 한다. 계좌를 개설해준 직원에 의하면, 아내는 급여를 받을 것이니 따로 할 것이 없고, 나도 기간 내에 직장을 구하게되면 받을 수 있을 거란다. 하지만 J2 신분 때문에 내가 기간 내에 직장을 구할 수 있을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내 $300이 문제였다.
블로그들을 좀 찾아보니, 카카오뱅크에서 해외 송금을 하면 direct deposit으로 인정된다고 한다. 해외 송금을 할 때, 은행을 특정하기 위해서 은행마다 부여된 routing number라는걸 이용하는데, 이걸 이용한 송금이면 된다고 한다. 한국에서 "급여"라는 이름으로 자동이체를 걸어두고 금리 혜택을 받는 거랑 똑같은 상황인 것 같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카카오뱅크만 가능한 것은 아니고,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보내는 은행에 상관없이 가능했는데, 카카오뱅크의 수수료가 저렴해서 카카오뱅크를 이용했다.
계좌까지 만들고 나니 한층 뉴요커에 가까워진 것 같다. 애플페이로 지하철/트램/버스 같은 대중교통과 식당/상점 등 모든 곳에서 결제가 가능하다보니 카드나 현금이 필요 없고, 신분증은 주류를 구매할 때가 아니면 제시할 일이 없다. 그러니 지갑을 들고다닐 필요 없이 핸드폰 하나만 들고 다니면 된다. 한국에서야 삼성페이 덕분에 오래 전부터 가능했던 일이지만(나는 아이폰을 사용한다), 뉴욕에서 이렇게 다닐 수 있다는 점이 좀 새롭다. 조금씩 뉴욕에 적응해간다.
'미국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에서 보낸 드림백, 뉴욕 도착 (0) | 2024.07.22 |
---|---|
미국은 천장에는 형광등이 없다 - 스탠드 조명으로 거실 밝히기 (0) | 2024.07.19 |
미국에서 전자 제품 구입하기 ( Amazon / BestBuy / MicroCenter) (0) | 2024.07.09 |
미국 집에 인터넷 연결 (Verizon 기사 예약) (0) | 2024.06.25 |
미국 포닥 뉴욕 도착 첫 날 동선&일정 ( 한인 택시 / 입주 청소 / 아마존 ) (4) | 2024.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