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행 준비를 거의 마칠 무렵, 뉴욕에 도착한 첫 날의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우선 이사를 들어가는 것이니, 입주 청소가 필요했고, 기본적인 생활을 위해서 매트리스나 휴지 같은 물건들은 아마존에서 미리 주문해둬야 했다. 첫 며칠간은 근처 에어비엔비나 호텔 등에 묵을까도 고민해봤지만, 1박에 최소한 40만원이 넘어가는 물가에 빠르게 포기했다. 결국 도착하는 날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일정을 빠듯하게 꾸렸다.
- 공항 -> 집 이동 : 한인택시 이용
- 도착 시간에 맞춰서 입주 청소 : 한인 청소 업체 이용
- 집에 입주 후 청소가 진행되는 동안 밖에서 식사
- 아마존 배송품 언박싱 후 씻고 휴식
한인 택시라는게 있는 줄도 몰랐는데, 막상 찾아보니 제법 여러 업체가 있었다. 그 중 몇 곳에 견적을 문의했고, 옐로우라이드라는 곳을 최종 선택했다. 사실 한인 택시들 간의 서비스는 다 비슷비슷했는데, 어떤 곳은 미국 번호로 연락해야했고, 어떤 곳은 답장이 늦어서, 가장 빠르게, 한국에서도 예약이 수월한 곳으로 선택했다. 우리처럼 짐이 많고, 미국에 연고가 전혀 없는 상태로 도착한다면, 한인 택시가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한인 택시의 장점을 보면 이렇다.
- 기사님이 도착하는 항공편 시간에 맞춰서 공항에 미리 오셔서 대기해주신다.
- 원하는 곳까지의 요금 견적을 미리 받을 수 있다.
- 꽤 큼직한 SUV 차량이라서, 짐이 많은 경우에도 문제가 없고, 같이 운반해 주신다.
- 가격도 우버보다는 저렴해보이는데, 이건 확실치 않다.
막상 도착해보니 처음가는 낯선 곳에서 짐도 많고, 수속은 도통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말이 통하는 사람이 미리 대기해준다는 점이 상당한 위안이 되었다. 적어도 공항을 나서자마자 도시에 도착하기도 전에 덩그러니 남겨지지는 않겠거니 싶었다.
우리는 JFK로 입국했는데, 심사대가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부터 줄을 서기 시작해서, 실제로 입국 심사를 받기까지 거의 2시간 가량을 대기했다. 입국 심사대에 거의 다다라서야 알게 된 것은, 그 많은 심사대 중에서 딱 두 곳에서만 실제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도착 시간이 점심 시간 부근이라 다들 점심 먹으러 갔나보다. (대기가 너무 길어지면서 한인 택시에서 추가 요금이 발생했다.)
입국 심사는 빠르게 진행됐다. 아내와 같이 심사대에 들어갔는데, J1 비자와 관련된 질문을 아내에게 했다. DS-2019를 요구하고, 어디에서 지내는지 주소를 물었다. 어떤 연구를 어디에서 할 것이며, 펀딩을 어떻게 하는지 질문했다. 아직도 궁금한 것은, 우리가 내민 문서에는 집 주소가 적혀있지 않았는데, 심사대 직원이 이미 우리 집의 주소를 알고 있었다. 뭔가 전산화된 시스템에서 공유가 되려나 싶다가도, 어떤 경로로 정보가 들어간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아내가 심사를 마치고 돌려받은 서류를 갈무리하는 동안 나도 심사를 받았다. 나도 DS-2019를 제출하려고 꺼내고 있었는데, 여권에 찍힌 비자를 보더니 "어디서 지낼거야?" 라고 물어왔다. 나도 집 주소를 이야기하며, 같이 살거라고 (당연하지 않나..?) 하면서 DS-2019를 내밀었는데, 여권에 바로 도장을 찍어주면서 통과시켰다. 여러모로 비자 인터뷰 때가 생각이 났다. 입국 심사 당시에는 DS-2019도 확인하지 않길래 비자 인터뷰보다도 대충 넘어갔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번에는 어디서 지낼거냐는 질문을 하나 받았으니, 바디랭귀지로 넘어간 비자 인터뷰와는 비교도 못할 만큼 깐깐하게 심사받은 셈이다.
JFK에서 집까지는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공항 근처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엄청나게 막히기는 마찬가지였다. 처음 도착해서 1층에서 키를 받고 대략적인 안내를 받았다. 아무것도 없이 키만 주는 줄 알았는데, 나름 로비에 프런트도 있는 곳이어서 호텔 같은 느낌(?)도 있었다. 그렇게 받은 키로 처음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전망이 너무 좋아서 놀랐다. 창문 밖으로 강이 흐르는 모습과 맨해튼이 함께 보이고 공용 테라스도 있는 집이었다. (저 강물들이 오후엔 반사판이 되어 집을 뜨겁게 덥힌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일주일도 안걸렸다.)
집에 도착했을 당시 한인 청소 업체에 예약해놓은 입주 청소 아주머니께서 미리 도착하셔서 기다리고 계셔서 같이 집으로 올라갔다. 헤이코리안즈를 통해서 청소 업체에 1 bed 입주청소로 견적을 받았는데, 실제로 와보니 방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다며, 절반 가격으로 진행해주셨다. 우리가 미국에 처음 들어온 것이라고하니 집에 옵션으로 있는 가스레인지,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도 같이 봐주시면서 사용법을 알려주셨다. 한국의 가스레인지는 가스 밸브와 연결되어 있어서, 밸브로 가스를 차단할 수 있는데, 여기는 그런게 없어서 좀 당황스러웠다. 미국의 아주 오래된 가스레인지의 경우 스파크를 이용한 점화 플러그 대신 작은 불씨가 꺼지지 않은 채로 계속 켜져있다는데, 그런 방식이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입주 청소가 끝난 뒤에는 아마존에서 미리 주문해둔 물건으로 씻고 쉬다가 바로 잘 생각이었다. 이미 시간이 꽤 늦기도 했고, 피곤했기 때문에 적당한 시간에 자면 시차 적응에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마존에서 주문한 것들은 정말 최소한의 생활 용품들이었다. 매트리스 / 화장실 휴지 / 변압기 / 수건 / 멀티탭 등이었는데, 그 중 아마존에서 수건이 없었다. 이유를 알아보니, 지난 주에 이 건물에서 이사나간 다른 한국인 포닥과 아내의 Last name이 같아서, 택배를 받은 로비 스텝이 잘못 온 것으로 착각하고 돌려보냈다고 한다. 어쨌건 샤워는 해야겠기에 급한대로 근처 마트로 가서 키친타올을 대량으로 구매해 일회용 수건으로 사용했다.
입국 수속이 예상보다 길어진 것을 제외하면 나름 계획대로 잘 진행된 하루였는데, 마지막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그래도 매트리스를 돌려보냈으면 맨 바닥에서 잘 뻔 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뉴욕에서의 첫 날은 샤워와 함께 끝났다. (바로 기절해서 샤워를 마친 뒤의 기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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