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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

미국 집에 인터넷 연결 (Verizon 기사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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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도착한 뒤 첫 며칠간은 휴대폰을 이용한 테더링으로 노트북에 인터넷을 공급했다. 한국의 속도에 익숙해진 터라, 테더링을 통한 속도는 확실히 아쉬웠다. 심지어 미국의 휴대폰 요금제는 핫스팟을 이용한 테더링 용량에도 제한이 있었다. 미국에 오기 전부터 테더링만으로는 부족할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막상 닥쳐보니 더 답답하게 느껴져서 서둘러 집에 유선 인터넷을 설치하기로 했다. 집에서 와이파이를 검색해보니 Verizon과 Spectrum 의 와이파이가 대부분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Verizon이 훨씬 많길래 우리도 Verizon으로 정했다. (홈페이지에서 주소를 검색하면 가입 가능한 곳인지도 확인이 가능했다.)

유선 인터넷은 내 이름으로 가입하기로 했다. 나중에 어딘가에서 내가 실제로 뉴욕에 거주하는지를 증명하기 위해서 utility bill 명세서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계좌를 만든다거나, 면허를 취득하려고 할 때, 뉴욕 거주에 대한 증명이 필요할 수 있다고 한다. 아직 실제로 이런 이유로 거절당한 경우는 없지만, 신원이 확실하지 않은 J2이므로 하나씩 챙겨두어야 한다. 

 

J1/J2 비자 미국 은행 계좌 개설하기 - Chase bank

뉴욕에 도착한 이후 거의 가장 먼저 한 일이 각자의 계좌를 개설하는 일이었다. 사실 짧게 여행을 하거나, 미국에서 돈을 벌면서 거주하지 않는다면, 토스뱅크나 신한은행 쏠 트래블 카드를 활

linargstory.tistory.com


Verizon 홈페이지에서 계정을 만들고 유선 인터넷(Fios Home Internet)을 신청했다. 가장 느린 속도가 300Mbps 였고, 1Gbps(한국 기준 기가랜) 넘는 속도도 있었는데, 일단은 가장 느린 300Mbps로 신청했다. 한국에서의 경험상, 4K 이상의 화질을 스트리밍으로 시청하지 않는다면, 300Mbps의 속도로 충분하다. 가장 느린 인터넷인데도, 한 달에 $50 가까운 금액을 지불해야한다. 미국은 Utility가 비싸다.

신청을 하자 Order confirmation 메일이 왔는데, SSN이 없는 나의 불완전한 신분이 다시 한 번 걸림돌이 되었다. 추가적인 신원 확인 절차를 요구했는데, 사진이 들어간 신분증과 셀카를 업로드해야 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VISA 사진과 셀카를 업로드하니, 메일로는 추가 신원 확인이 완료되었고, 앱을 통해 기사의 방문 날짜를 조절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 Verizon 앱에서는 나의 order에 대한 상태를 확인할 수 없었다. 업데이트가 늦나 싶어 하루 정도 기다렸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고객 센터에 전화로 문의했다.

우려와는 다르게 고객 센터는 응답이 빨랐고, 친절했다. 다만, 문제를 해결해주질 못했다. 고객 센터 직원은 order number와 주소를 확인하더니, 자기가 보는 status 창에는 신원 확인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뜬다고 했다. 뭔가 단단히 꼬였는지, 본인이 더 알아보고 한 시간 후에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상담 직원은 한 시간 후에 다시 전화해서는, 신원 인증을 다시 하면 될 것이라고 했고, 신원 확인을 위한 메일을 다시 보내주겠노라고 했다. 신원 확인 담당 부서에서 처리에 무언가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다시 보내준 메일을 통해 다시 한 번 신원 확인 절차를 진행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 쯤 되니 슬슬 화가 났는데, 안타깝게도 나의 영어가 아직은 전화로 화를 낼 실력이 못된다.

전화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앱을 통한 실시간 채팅을 통해 문의하기로 했다. 요즘은 어딜가나 AI가 있는 탓에, 앱에서 실제 고객 센터 직원과 채팅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AI에게 부탁한 끝에 사람과 상담할 수 있었는데, 몇 시간 동안이나 이것저것 확인하고 문의한 끝에 유선 인터넷 설치 예약을 완료할 수 있었다.


약속한 날 2시쯤 두 명의 직원이 도착했다. 당연하게도, 우리 집은 문 앞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구조인데, 이 사람들은 아주 당당하게 신발을 신고 집 안으로 들어오더니, 어디에 설치하면 될지 물었다. 미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이 절대 신발을 벗고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당당하게.. 당할 줄이야.. 설치가 마무리되고 직원들이 나가자마자 청소를 해야만 했다.

인터넷 설치는 3시간 정도 걸렸다. 그 동안 집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긴 채, 긴 시간동안 아내와 방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4~50분 정도면 마무리된다고 하는데, 직원에게 들어보니 건물에 인터넷 배선이 뭔가 꼬여있어서 두 시간 넘게 그것과 씨름했다고 한다. 어쨌거나 설치는 결국 잘 마무리됐다. 직원은 유.무선으로 인터넷 연결이 잘 되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떠났다. 공유기 무료 대여가 가능해서 신청했는데, 한국에서는 보지 못한 사이즈의 커다란 공유기가 왔다. 높이가 한 뼘이 넘었고, 두께도 상당했다. 커다란 대학교 강당에서도 쓸 수 있을 것 같은 사이즈 덕분에 집 안 어디에서건 아주 강력한 인터넷 신호가 잡힌다.

Verizon에서 인터넷을 설치하면, 인터넷을 연결을 위한 공유기와 모뎀을 무료로 대여받을 수 있다. 높이가 20cm가 넘는 대형 공유기가 왔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집이 와이파이존이 됐다. 테더링 용량이나 속도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빨라진 인터넷으로 유튜브를 보면서 문득 생각해보니 실질적으로 달라진건 없다. 인터넷 설치 전에도 동영상 시청정도는 가능하긴 했으니... 그래도 인터넷을 사용할 때마다 받던 스트레스를 없앴으니 만족스러운 소비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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